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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운 미소. 추악한 소녀

마고

 

옥도사변

사에키 X 메츠카

※ 트리거 소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 오스카 와일드 희곡 살로메의 문장이 나옵니다.

 

 

 

 

 

 

 

 메츠카는 마치 사에키가 언젠가 책에서 읽은 살로메와 같았다. 누군가의 눈에는 자비롭고 예쁘게 웃고 있다면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추악하게 보일 수가 없었고, 또 누군가가 그녀를 성녀라 부른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녀를 창녀라고 칭했다.

 이러나 저러나 그 평가는 다 맞는 말이었다. 메츠카는 손바닥보다도 더 쉽게 상황을 뒤집었고 자신의 마음대로 행동했다. 그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진절머리를 냈지만 아는 사람은 적으니 문제도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메츠카 본인에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에키가 보는 그녀의 모습이 문제였다. 그는 양쪽 모든 그녀를 보아왔음에도, 사랑스럽게 웃는 그녀의 추악하고 악한 모습을 봤음에도. 메츠카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보이는 문제가.

 

 메츠카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 * *

 

 

 잘 숨긴다고 해도 숨기기 어려운 것은 존재한다. 누군가를 아주 많이 미워하는 감정이나, 혹은 아주 사랑하는 감정. 너무너무 행복한 순간이나, 너무너무 슬픈 것들 같은. 물론 사에키는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기는 쪽이었고 메츠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법이었다. 아무리 잘 감추고 있어도 가끔씩 무언가가 예민함에 닿는 이상함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가령 자신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모습이나, 다 같이 이동할 때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손가락이라도 닿으면 수줍은 소녀 마냥 웃는 그런 아주 사소한 것들이. 사소한 것들이 조금씩 모여 확신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고 메츠카는 그것을 당당하게 손에 쥐었다.

 

"사에키. 날 사랑해?"

 "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같이 나간 임무를 마무리 짓고, 뒷정리를 하고, 돌아가기 전에 잠시만 쉬자고 결정한 게 바로 아까 전. 메츠카는 늘 그렇듯이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자신이 무슨 얘기를 들은 것인지 생각하는 사에키를 바라보았다.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재밌는건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사에키는 한참을 음, 어 거리며 신음만 내뱉었다.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침묵이었다. 침묵이 거기서 끝난 이유는 그녀가 고민하는 그 모습마저도 질렸는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장소를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지만.

 

"잠시만, 메츠카."

"왜?"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야?"

"딱히, 아무것도."

 

다급함에 부르자 아까까지 예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또 지금은 누구보다도 차갑게 몸을 돌려 바라본다. 새로운 장난감에 흥미가 사라진 어린아이처럼.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이제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말하며 또 몸을 돌린다. 다급함은 오직 그만의 몫이었다.

 

"사랑, 한다고 하면?"

 

 붙잡기 위해 충동적으로 나온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말은 사에키, 그의 옥졸 생에 유일한 실수였으며 그가 두고두고 후회할 평생의, 최악의 실수일 것이다. 천천히 돌아서며 사에키를 바라보는 메츠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니... 먹이를 발견한 뱀의 미소라고 해야할지. 오로지 환한 미소는 지금 사에키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리라.

 

 

 

* * *

 

 

사랑하고 있음에도, 아름답다고 느낌에도 그녀가 가진 추한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였다. 단지 그런 모습마저도 사랑할 뿐, 그런 모습을 보고도 사랑할 뿐. 하지만 지쳐가는 건 사에키였다. 아니 그는 지쳐가는 게 아니라 미쳐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듯, 그 역시 어딘가 미쳐가고 있었다.

 

 메츠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사에키를 가지고 놀았다. 사에키 역시 그런 걸 깨닫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기에 금방 깨달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웃어준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과 붙어있는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과 잊을 맞춘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 눈이 마주친다면 또다시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손을 뻗고 자신을 어루만져 주지만 그 행동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그는 혼자 끌어안고 곪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마치 썩어가는 사과의 모양을 해 금세 병들어 사에키는 그것을 양손에 소중히 담았다.

 

 이 사랑은 분명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이라는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한 것일까? 꼭 동화같이 행복해야 사랑일까? 너만 보면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끌어안고 몸을 섞고 사랑을 속삭이다가도, 눈을 뽑아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하고 다리를 묶어 가두고 팔을 비틀어 안고 목을 조르고 싶어진다. … 사에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죽여줘.

 

 메츠카는 읽던 책을 잠시 내려두고 고개를 돌려 사에키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말. 피폐해진 본인은 본인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메츠카는 아주 잠깐을 무표정으로 바라보다 곧 다시 환하게 웃었다.

 

 "사에키. 날, 사랑해?"

 

 그것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말하는 본인은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줄 생각은 없으니.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그렇게나 가지고 놀고 있으니.

 

 "… … 응."

 

 허나 비참함의 끝에 서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썩어 문드러진 사과도 사랑이다. 형태도 본질도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사에키의 손에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뻐."

 

 사에키가 마지막으로 본 것 중 가장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메츠카였다. 그 웃음에 정신이 팔려 그 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외에는…

 메츠카는 단숨에 허벅지에 있던 검을 꺼냈고 그녀가 그것을 휘두르자 무언가가 툭,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성스러운 물건을 들듯이 양손에 사에키의 목을 든 메츠카는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사에키."

 

피가 가득한 입을 열었다. 자신의 눈만큼이나, 지옥의 불만큼이나 짙은 붉은색이었다.

 

"네 입술에 키스했어. … 네 입술에. 쓴 맛이 나네. 피의 맛인가? 아니, 이것은 사랑의 맛일 거야. 사랑은 쓰다고 하니까."

 

언젠가 읽었던 책의 대사를 연기하듯 읊으며 그것이 마음에 드는지 또 한 아름 예쁘게 웃는다.

 

"… … 라나 뭐라나."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이제 정말로 흥미가 사라졌는지 들고 있던 것을 아무 곳에나 던지듯이, 떨어트리듯이, 다시 바닥에 툭 떨구고 유유하게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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