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밤을 기다려주세요
아카리
원펀맨
음속의 소닉 X 아카이 소라
"오늘 밤에 만월이래!"
"아, 그거 알아? 만월이 되면, 달의 여신이 지상에 내려온대! 그리고는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달로 데려간다고 하던데?"
"달의 여신이 무슨 귀신이냐!"
흔히 이런 괴담은 누구나의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어리석은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이야기.
달빛이 밝은 날 만월이 되면, 달의 여신이 지상에 내려와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달로 데려간다.
게다가 달의 여신은 엄청난 미인이라서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 라는 괴담 이야기.
옛날부터 신에게 사랑받으면 일찍 죽는다는 말이 내려져오고 있다.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같은데, 전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달의 여신이 존재하는가? 그것부터 의심을 하게 되어버린 나는 원래부터 사람들 사이의 소문은 믿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 괴담은 어이가 없어서 믿는 사람들이 한심하기만 했다.
"오늘 밤이 딱 달빛이 밝은 만월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될까? 소닉 넌 어떻게 생각해?"
"그런 루머를 잘도 믿는군. 한심하긴."
"에? 너는 안 믿는거야? 나는 반신반의.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그러다가 타겟이 네가 되면 재밌겠군. 달이나 가서 지구에 다시는 오지마라."
"하? 네놈은 그냥 평범하게 죽어라."
다른 녀석들은 그 말을 믿고 밤에 깨있을거라느니, 달의 여신 얼굴을 보고 싶다느니,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에 어울려 줄 수 없어서 슬쩍 빠져나와서는 평소에 자주 하던 수련의 장소로 향했다. 사람의 접근이 절제된 곳이자, 조용한 숲 내부.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 몸이 남몰래 수련하기에는 가장 좋은 장소였다.
사람 눈에도 띄지 않아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수련을 이어가니, 어느 새 날이 어두워져 가서는, 하늘도 점점 빛을 잃어갔다.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추워지는 시기이다 보니까 해가 빨리 져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하늘은 태양이 없어져서 어둠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별은 그 어두운 하늘을 수놓듯이 작게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밝은 건, 하늘에 뜬 커다란 만월이었다.
사람들의 말대로 달빛이 밝고 아름다운 만월이었다.
'..아름답군.'
나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었다.
마치 달이 눈 앞에 있는 것마냥 커다랗고, 달이 내는 푸른 빛은 태양보다 은은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 몸을 더 놀라게 만든 건, 달 뿐만이 아니었다.
커다란 달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내가 다가오는 지도 모르고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푸른 달빛에 비춰져 더욱 아름다운 빛을 내었고, 감은 눈은 마치 잠을 자고 있는 마냥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달을 향해 꼭 쥔 손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이 여자 혼자 여기서 뭐하는거지? 어떻게 여기에 온 거냐?
"어이, 너. 여기서 뭐하는 거냐?"
"소원을 빌고 있었어요. 이 무섭고 어두운 밤에 혼자 있기에는 싫어서.."
"혼자서 숲에 오는 건 안 무섭다는 건가."
"이 숲은 달빛이 잘 들어와서 무섭지 않아요. 당신도 달빛에 이끌려 여기에 온건가요? 아니면 사람들이 퍼트린 이상한 소문을 듣고?"
"둘 다 틀렸다. 난 단지 이 곳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을 뿐."
"그렇군요.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뤘으면 좋겠네요."
그 여자의 얼굴은 달빛때문인지 하얗다기보다는 창백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 피어있는 미소는 생기가 흘렀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모르겠지만, 달을 바라보며 웃는 그녀의 얼굴은 달보다도 아름다웠다.
드디어 미쳤나, 음속의 소닉.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제대로 돌아버린 게 틀림없어.
달빛에 홀린건지, 아니면 이 여자가 내 감정을 조종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 녀석에게 휘둘리듯 끌려가고 있었다.
이 몸이, 끌려간다고?
..망할, 이런 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이걸 뭐라고 답을 내려야 하는거지?
"오늘 달이 참 아름답네요."
"..그렇군."
"괜찮다면, 나와 함께 밤을 기다려줄래요?"
"하..?"
"이런 달밤엔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 녀석의 태연한 말투. 그리고 부드럽게 웃는 얼굴. 그것에 나는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린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 나서 갑자기 확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눈을 피하고 얼굴빛을 감추었다.
달빛이 비춰지지 않더라도 이 붉어진 얼굴은 누구에게나 들키기 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쇼하는건지.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그 녀석이 웃어버리고 만다.
비웃는 거냐고 발끈했지만, 그것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모른 채 넘어간 것 같지만.
그 여자는 풀숲 바닥에 살포시 앉아서는 그 옆을 두드리며 앉으라는 표시를 해왔다.
의미없는 한숨을 쉬며 그 녀석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
딱히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이름이 뭐에요?"
"상대방의 이름이 알고싶으면 자기 이름부터 밝히는 거다."
"아.. 그런가요? 제 이름은 아카이 소라에요. 이제 됐나요?"
"이 몸은 음속의 소닉."
소닉... 기억하고 있을게요.
"혹시 소문을 들었나요."
"달의 여신 소문 말인가. 들었지만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너도 그런 소문 믿는거냐?"
"..아뇨. 믿고싶지 않을 뿐이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믿고 싶지 않다?
무슨 의미인거지?
믿을 수 밖에 없다?
이건 또 무슨 의미인거냐.
넌 이 이야기에는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가 사라진 일이 있었나.
그런 느낌이 들자 갑자기 숲의 나뭇잎 소리가 들려오면서 어색해진 느낌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느낌이 거슬려서 의미없는 질문을 흘렸다.
너는 혼자 사는거냐?
굉장히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지만 그 녀석은 열심히 답해주는 것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되었다고.
쓸쓸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죄를 지은 것만 같았다. 금새 다시 웃는 얼굴을 되찾는 녀석이었지만.
그렇게 쓸데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졸음이 밀려오는지 소라는 살짝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새벽이 무르익으니 당연한거였지만.
소라가 내 어깨에 기대어선 잠에 금방이라도 빠져들것만 같이 어물어물 무언가를 작은 목소리로 알기 어렵게도 말해왔다.
"ㅅ...해요..."
"뭐라고?"
"아니에요.. 아무것도... 함께 밤을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소닉."
"별로 감사를 받을 일은 아니다."
"다음에도 혹시, 같이 밤을 기다려줄 수 있나요..?"
"다음에도 이곳에서 만난다면."
"...약속."
약속, 이라. 그렇게까지 밤에 같이 있고 싶은건가?
하지만,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꼭 다시 만날 약속.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 나는 손가락을 건다.
너를 안심시키기 위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
.
.
다음 날, 햇빛이 눈을 뜨라고 재촉하는 느낌이 나를 잠에서 깨우게 했다. 어젯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가, 숲 속에서 눈을 떴다. 해가 뜨고 있는 시간. 아마도 새벽 5시라고 추정이 된다.
어제 새벽에는.. 꿈을 꾼건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 느낌이다.
..꿈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어쩐지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어젯 밤에 같이 있었던 소라가 내 어깨를 기대고 자고 있는 것이었다.
"어이, 소라. 이제 일어나라. 돌아가야지. 빨리 일어ㄴ..."
...자고, 있는거지?
..어이, 너. 야, 소라, 자는거지? 그렇지..?
몸이, 몸이 차갑다. 숨을 쉬지 않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죽은, 거냐? 어제는 그렇게 잘 살아있었잖냐, 함께 밤을 기다렸는데. 거짓말이겠지.
그녀의 몸을 흔들어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어나긴 커녕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농담하지 마라, 일어나. 속이려는 생각을...
그런... 바보같은..
그렇다면, 네가 달의 여신에게 카미카쿠시라도 당한거라는거냐? 믿을 수 없어.
네가 달빛이 환한 숲으로 나온것도, 그 소문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그런 이유라는 거였던가.
믿고 싶지 않아.
너는 알고 있었던거지, 네가 그 날 죽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거고.
그런 너에게 괜히 화풀이하듯 미워지게 된다.
그리고 너보다 내가 더 밉다.
젠장, 내가 그 날 너에게 돌아가라고 이야기해주었으면, 너는 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너 대신 내가 사라질 수 있었을까.
대답 좀 해주라고... 멍청한 여자야....
미안하다. 미안하니까 이제 그만해라..
이런 장난은 재밌지 않아. 짜증만 난다고.
..네가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직접 가는 수밖에.
"소라. 오늘도 함께 밤을 기다려주지 않겠냐. 이 몸도 네가 가버린 곳이 진심으로 궁금하게 되어버렸으니. 달의 여신보다도 더 먼저..
너를 찾아주겠다."
"소닉이 행방불명이라고?"
"분명 달의 여신이 데려간 걸겁니다. 확실히."
"...어쩌면 스스로 간 걸지도 몰라."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도, 달이 밝은 만월이 뜰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