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릿광대의 가면
벹베벹
하이큐-!!
리노베 테이타 X 야마구치 타다시
리노베 테이타는 어릿광대 같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리노베 테이타라는 인물을 그리 평가한다. 정말 걸맞는 평가였다. 늘 밝은 표정에 과장 된 감정 표현은 물론이고, 항상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그것이 테이타의 매력이었으며, 야마구치 또한 테이타의 그 밝은 웃음에 이끌렸었다. 아마 야마구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테이타의 밝은 웃음은 누구에게든 칭찬받는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야마구치는 어느 순간부터, 리노베의 웃음에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테이타 본인조차도 모르는 부스럼이 생긴 듯한, 점점 망가져가는 어릿광대 같은 웃음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의 무엇도 변한 것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테이타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 지거나, 아예 조각조각 부숴져서 얼굴 조각이 떨어지는, 테이타의 웃음이 망가지는 헛 것마저 보이는 듯 했다. 야마구치는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매번 자신을 질책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웃음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니, 라며.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지나친데다, 이상한 환각까지 보이는 탓에 피곤한 것일거라며, 조만간 병원에 가봐야겠다며 제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ㅡ야마구치!”
아득해지고 있던 정신을 잡아준 것은 청량한 테이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금새 정신을 붙잡은 야마구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로 코 앞에서 야마구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테이타의 얼굴이었다. 놀란 것을 나타내듯, 야마구치는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빠르게 살짝 뒤로 움직였다. 야마구치가 움직이며 나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테이타는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야마구치를 바라보았다.
“아하하, 놀랐어? 놀랐어? 엄청 푹 자고 있던데! 좋은 꿈이라도 꿨나봐?”
꿈? 야마구치는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교실..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자신. 언제부터 내가 자고 있던거지? 이미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어 오렌지 빛의 햇살이 들어오는 교실은, 야마구치가 가지고 있던 복잡한 생각들은 모두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듯 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이 눈을 깜빡이는 야마구치를 향해 테이타는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손을 내밀었다. 「집에 가자!」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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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아래부터 발갛게 달아 올라가는 노을진 하늘은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꿈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렇지만 정말로 현실적인데다, 꿈 같은 느낌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옆에는 자신이 정말 아끼는 사람까지 있었다. 야마구치는 계속 몽롱한 기분이 들어 이제는 찝찝하기까지 할 수준이었다. 이래저래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난 것일까, 테이타는 살짝 미간을 좁힌 채로 야마구치의 볼을 꼬집었다.
“뭘 그리 생각하고 있는거야? 내 얘기도 하ㅡ나도 안들었지?”
날카롭다. 야마구치는 그렇게 생각했다. 요새 생각하는 것에 합쳐져 갑자기 잠들어버린 자신까지. 야마구치는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울 만한 상황이었다. 테이타는 반쯤 감은 눈으로 너무하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다가, 금새 평소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선 야마구치의 양 볼을 탁, 하고 잡으며 주물거렸다.
“무슨 일 있나봐? 멍ㅡ하니 있어선! 1번, 나한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2번, 말 못하는 것이다! 만약 1번이라면 1-1번, 그게 나한테 관련 된 것이다! 1-2번, 다른 고민이다! 골라봐!”
“그게에… 음… 1-1번이긴 한데…”
야마구치는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그 표정은 테이타의 탐구심에 불을 붙이는 듯 했지만 말이다. 그러곤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눈으로 선택지를 내미는 테이타의 물음에 답했다. 테이타에 관련 된 고민, 이라고 답한 걸로 보아, 야마구치는 테이타에 대한 의문을 직접적으로 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꿈이 아닌 듯한 그 모습이 어지간히 신경쓰였던 것이다. 테이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내가 무언가 잘못했냐며 묻고, 욕만 아니라면 다 들어주겠다며 다시금 밝게 씨익 웃었다.
ㅡ또였다. 야마구치는 역시 자신이 느낀 것은 헛것이 아닐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찌릿거리는 느낌과 함께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웃음. 야마구치는 긴장한 듯이 침을 한 번 삼켜넘겼다. 그러고는 자신의 뺨을 잡고 있는 테이타의 한 쪽 손을 살포시 감싸며 조심스럽게, 정말로 세심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ㅡ리, 리노베 말야… 최근 고민 같은 거 있어? 웃는게 힘들다던가… 말이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야마구치는 잠시 밑으로 두었던 시선을 테이타에게로 옮기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어라. 야마구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놀란 듯이 크게 뜬 눈과 무표정한 입이, 그렇게 이질적이면서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야마구치 잠이 덜 깼나보네! 나한테 고민이라면… 음… 용돈으로 먹을 걸 전부 살 수 없다ㅡ 같은 거라면 있어! 아하하, 웃는게 힘들다니 이상한 소리야~!”
떨리는 목소리였다. 올라간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디가 허점이었던 거지? 어디서 틈을 보인거지? 테이타 표정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테이타는 감정을 숨기는 것에, 아니, 처음부터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가면이 조금이라도 깨진 것을 발견했을 때는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려버리는 사람이었다. 여태껏 가려온 것이 아까워질 정도로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야마구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복잡한 웃음을 지어내는 테이타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테이타가 정말 자신이 알던 리노베 테이타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야마구치는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가능했다.
어릿광대의 가면이 깨졌다, 라고.